순수한 오픈 에어링 감각과 공랭식 엔진의 감성을 아우르는 PORSCHE 964 SPEEDSTER

순수한 오픈 에어링 감각과

공랭식 엔진의 감성을 아우르는

PORSCHE 964 SPEEDSTER



 

기계적인 감성과 드높은 가치를 지닌 공랭식 포르쉐 911. 특히 코드네임 964 스피드스터라면 더욱이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경쾌함에서 오는 순수한 드라이빙과 오픈 에어링, 중독성 강한 공랭식 포르쉐 배기 노트를 한번 경험한다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다소 낮고 가파른 윈드실드, 양쪽이 우뚝 솟아 있는 노즈는 클래식 911의 백미다.


 

스피드스터의 상징인 듀얼 험프 토노 커버의 조형은 매우 섹시하다 


퓨어 스포츠의 아이콘, 356 스피드스터

1950년대 포르쉐 356에 기반을 둔 스피드스터의 첫 시작은 유럽차를 미국 땅에 처음 소개했던 ‘임포터의 대부’ 막스 호프만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당시 인기였던 주말 레이스와 일상용 스포츠카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 포르쉐에 주문을 넣었다. 그렇게 356 아메리카 로드스터가 탄생하게 되고, 보디는 코치빌더에 위탁 생산을 맡겼다. 비록 17대만 세상에 나와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했지만 160kg을 감량한 덕분에 당시 레이스계의 맹주였던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들의 성능을 압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55년 새로운 변속기, 조향계, 서스펜션을 얹은 356A(T1) 스피드스터를 내놓았다. 1.6L 엔진을 베이스로 만든 60마력형과 75마력형이 제공되었다. 이듬해에는 개선판 356A(T2) 스피드스터를 선보인다. 최종형인 카레라 스피드스터(GS/GT)는 호몰로게이션 용도였으며 일부는 도로용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같은 악명 높은 레이스를 석권한 356 쿠페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7,500rpm 고회전형 푸어만 타입 547 카레라 엔진을 얹어 순정의 두 배에 달하는 출력과 토크를 냈다.



카레라 2와 공유하는 수평대향 6기통 3.6L 엔진 


1957년 테스트 성격의 몬자 내구레이스에서 최고시속 205.6km와 평균시속 185.1km를 달성했다. 게다가 최초로 200km/h를 넘긴 양산 포르쉐였다. 플렉시 글라스 윈도, 웨버 카뷰레이터, 80L 연료탱크, 경량 나르디 스티어링 휠과 언더코팅 및 방음재, 히터까지 걷어내는 혹독한 경량 다이어트의 하드코어 옵션도 존재했다.

카레라 스피드스터(GS/GT)는 1958년 아메리카 스포츠카 클럽(SCCA) 클래스 E와 F 양산 부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레이스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한데 얼마 안가 밀레밀리아에서 대규모 사망사고가 발생해 로드레이스들은 점차 축소 및 폐지가 되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안타깝게도 로드레이스 기반 머신인 스피드스터의 존재 또한 묻히게 된다. 356 스피드스터는 3,676대가 생산되었다.



964 스피드스터의 측면 실루엣은 356 스피드스터를 떠오르게 한다


356에서 911로, 스피드스터의 부활

포르쉐에게 1980년대는 성공적인 레이스 커리어가 쌓여 인지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356 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1989년 포르쉐는 911(930, G-시리즈)을 통해 스피드스터를 부활시켰다. 포르쉐 골수팬 역시 스피드스터를 꾸준하게 염원했다. 실제로 극단적인 마니아는 직접 쿠페의 루프를 잘라내 356 스피드스터처럼 개조했을 정도다.



순정 레카로 버킷시트와 단출한 구성의 도어는 레이스카의 감성을 선사한다 


1987년 포르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클래식 1인승 레이서를 닮은 리지드 토노를 단 스피드스터 컨셉트 모델을 발표하고 이듬해 양산한다. G 시리즈 스피드스터는 전통에 따라 볼록한 윈드실드와 유선형 토노 커버로 카레라 카브리올레와 차별화했다. G 시리즈의 최종형으로 수평대향 6기통 3.2L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 보디는 내로우 타입과 터보룩을 선택할 수 있었다. 2,104대 중 와이드한 터보룩이 선호도가 높았다. 스피드스터의 고향인 미국에 대부분이 팔렸다.



게트락제 5단 수동 변속기의 조작감은 매끄러운 체결이 특징 


964 스피드스터

포르쉐 964 스피드스터의 첫인상은, ‘나를 아주 기쁘게 만드는 존재’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차에는 찾아볼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과 헤리티지로 넘쳐난다. 시승차는 1994년형 964 스피드스터. 카레라 2 카브리올레의 보디와 RS 버전의 클럽스포트 또는 라이트 웨이트라 불리는 옵션 패키지가 달렸다. 936대가 생산되었으며 마지막 양산형 공랭식 스피스터로 기록된다. 사실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부서에서 비공식적으로 제작한 993 기반 스피드스터가 있지만 두 대 뿐인 걸로 알려진다.



수동으로 개폐해야 하는 톱은 간결한 경량 구조다 


964 스피드스터는 오너의 극진한 관리 덕분인지 26년 세월이 무색하다. 스포츠카의 고질병인 실내 잡소리도 찾아볼 수 없다. 듀얼 험프 형상의 토노 커버 조형은 리어 범퍼 끝단까지 매끈하게 빠진다. 356 스피드스터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넓고 낮은 외형 때문인지 실물은 무척 작아 보인다. 툭 튀어나온 원형 헤드램프, 웨이스트라인까지 뻗은 펜더의 라인이 두드러져 보인다.

실내는 레이스카를 방불케 하는 RS 순정 레카로 버킷시트, 도어 끈 손잡이가 하드코어 느낌이 진하다. 외장색과 통일성을 살린 스티어링 휠 코어, 변속기 부츠 그리고 시트 백에 레드 체크 패턴의 포인트가 돋보인다. 이 부분은 초기 포르쉐 패턴 소재를 구해 오너가 직접 개조했다. 버킷시트라서 승·하차는 다소 불편한 편. 대신 홀드성이 좋아 마치 랠리카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낮고 가파른 볼록한 윈드실드는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한다 


왼손으로 키를 돌려 시동과 함께 박서 엔진이 깨어나면서 엇박자의 사운드와 고동이 가슴을 울린다. 액셀 페달은 스트로크가 긴 편, 브레이크 페달은 단단하고 클러치 답력은 무겁다. 2.0L 엔진으로 손쉽게 300마력을 달성하는 요즘에 3.6L 엔진 최고출력이 250마력은 다소 약하게 느껴지지만, 마력 당 하중이 5.4kg/ps임을 감안하면 절대 부족한 수치가 아니다. 과한 출력은 어시스트 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무게도 함께 늘어나는 법. 그런 점에서 구동계의 단순화와 경량화로 얻는 이점은 분명 있다. 경량화 신봉자인 콜린 채프먼의 철학이 깃든 로터스처럼 말이다.



 

964에는 쿠페 외에 컨버터블과 타르가톱이 있었다. 스피드스터는 이들보다 더욱 오픈 에어링에 초점을 맞추었다. 톱은 말 그대로 악천후에 흠뻑 젖는 것을 모면하는 용도. 당연히 철저한 방수나 단열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행히 톱 개폐 조작은 간편하다. 물론 수동이라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은 따른다. 낮은 윈드실드와 측면 유리창은 탑승자의 이마와 관자놀이를 그대로 노출시켜 바이크에 견줄만한 개방감과 바람을 맞을 수있다. 여기에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다. 게다가 포르쉐 배기 노트를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글 심세종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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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