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재주는 폭스바겐이 부린다

VOLKSWAGEN TOUAREG V 8 TDI

VOLKSWAGEN
TOUAREG V 8 TDI

온갖 재주는 폭스바겐이 부린다



전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은 산하에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부가티 그리고 포르쉐까지 두고 있다. 폭스바겐은 프리미엄성을 인정받기 위해 야심차게 페이톤을 출시했지만, 보수적인 고급차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사실 이름 자체가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럭셔리를 표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대신 SUV인 투아렉은 조금 달랐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에 불었던 SUV 열풍과 함께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아 프리미엄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이 공동 개발된 플랫폼에서 태어났고 후대에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가세했다. 엔트리부터 궁극의 모델을 아우르는 모듈식 플랫폼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전동화 광풍이 불어치는 요즘, 화석연료를 열정적으로 태우는 V8 4.0L 421마력짜리 디젤 투아렉을 만났다.



디젤차의 풍부한 토크와 뛰어난 연료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가솔린 대비 엔진 반응성이 떨어져 개인적으로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정숙성도 기대보다는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인젝터 등 과도한 메인터넌스 비용 지출과 지속적으로 강화될 배기가스 규제를 고려하면 디젤이 예전 같은 경쟁력을 지니지는 않는다. 기자의 2004년식 뉴코란도는 노후경유차 판정을 받았다.
전용 DPF가 없는 덕분에 멀쩡한 차를 폐차해야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때 클린디젤이라면서, 국민들에게 경유차 구매를 부추겼다.


V8 배지만이 이 차가 어떤 존재인지 말해준다


그런데 작년에 가장 인상 깊었던 차를 꼽자면, 주저 없이 BMW X5 M50d다. 400마력짜리 디젤 엔진은 가솔린으로 치면 600마력에 달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완전히 새로운 섀시 덕에 SUV답지 않은 몸놀림과 정숙성이 돋보였다. X5 M50d는 최상의 성능과 최대의 효율을 모두 양립시킨 케이스. X5 M50d로 인해 디젤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진 것이다.
단점부터 언급하긴 했지만 디젤의 이점은 분명하다. 가솔린의 경우 액셀 페달을 지지다 보면 연비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반면 디젤차는 어떤 방식으로 다뤄도 연비가 좋다. 게다가 투아렉의 V8 4.0L 421마력의 성능 수치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뛰어난 에어 서스펜션은 다양한 노면에 대응한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외관은 누가 보아도 그냥 투아렉이다. R 라인 패키지 덕에 군데군데 스포티함이 묻어 있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외모는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최상위 트림인데 프론트 펜더에 작은 V8 배지만이 두드러진다. 기자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메이커들이 고성능 디비전의 외형을 많이 바꿔놓은 탓에 이런 수식은 어울리지 않다. 다행히도 투아렉은 온순한 얼굴이면서 강력한 심장을 품어,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요즘 1억원 미만의 차들도 소재 사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독일차는 여전히 인색한 편. 이 차 역시 실내 재질은 형편없다. 좋게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오염과 이염에 강한 가죽을 사용했다는 정도. 하지만 액셀 페달을 밟으면 이런 아쉬움은 모두 사라진다. 92kg·m에 달하는 엄청난 토크가 희열을 제공한다. 최대토크 수치뿐만 아니라 토크밴드 역시 훌륭하다.


내연기관 세대 마지막으로 장식될 V8 4.0L 디젤 엔진


액셀 조작에 따른 파워트레인의 리스폰스 궁합이 찰떡이다. 과한 출력은 일상에서 불편하지만, 이 차는 경박한 울컥거림이 없다. 평상시에도 민감한 액셀 반응이 아니라서 다루기가 쉽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 덕에 다양한 노면에 대응하며, 액티브 롤 스테빌리제이션이 코너에서 차체 롤링을 적극적으로 줄인다. 아울러 사륜조향 시스템을 품어 회전반경을 줄이면서, 고속 코너에서는 안정감을 높였다. 시승차의 복합 공인연비는 9.1km/L(도심 8.1, 고속 10.7). 가솔린 8기통 대배기량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연비로, 다양한 방식으로 타도 수치에 기복이 없는 편이다. 421마력짜리 엔진에서 이런 연비가 나온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600km를 달렸는데 실질적인 연비는 공인연비에 가까웠다.



우루스, 벤테이가, 카이엔의 형제차
우루스, 벤테이가, 카이엔 오너들의 공통적인 금기어가 바로 투아렉이다. 반면 투아렉 오너들은 플랫폼 공유를 강조한다. 모듈식 플랫폼/파워트레인의 장점은 제조비용을 줄이고, 다른 모델에까지 아우른다는 점이다. 전용 섀시나 엔진 같은 단어가 쏙 빠지기 때문에 산하에 있는 고급 메이커를 타는 고객으로서는 빈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단지 이 차가 저렴한 이유는 폭스바겐 로고와 다소 질이 떨어지는 소재가 쓰였을 뿐이다. 위에 열거한 차를 모두 타보았지만, 약간의 세팅을 달리했을 뿐 유사성은 분명하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루스나 벤테이가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성비의 이 차야말로 궁극의 SUV가 아닐까?



글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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